2008년 9월 30일 화요일

에스프레소를 사이에 둔 말없는 대화

글 오상규 과장 (금융/서비스사업본부 솔루션센터 서비스팀) -2002.09

토요일 오후, 돈암동을 거쳐 아리랑 고개를 지나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을 통하는 도로는 잠시 짧은 시간이나마 서울을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유독 커피를 좋아하는 나의 취미 아닌 취미로 자주 찾던 커피숍이 이 한적한 곳으로 옮긴 이후로는 주말이면 우리 가족이 자주 찾게 되는 우리만의 명소 아닌 명소가 되어 버렸다.
이곳을 찾을 때면 즐겨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항상 새로운 커피를 마셔 보려고 하는 아내, 주인이 직접 구운 쿠키를 입에 물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연진이를 볼 때면 또 다른 자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모든 근심 걱정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인생설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서가 아닐까? ‘에스프레소’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 곳은 배움터이자 대화의 장이다. 그곳을 거쳐가는, 그곳을 사랑하는 이들은 초면에도 정다운 이웃이 되어버린다. 더블에스프레소를 사랑하는 나, 아직은 에스프레소를 겁내는 아내, 그곳의 쿠키를 좋아하는 딸. 우리 가족의 주말나들이는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하거나 마무리한다. 우리집 앞마당인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딸아이를 쳐다보며 우리 부부는 늘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근심 걱정을 잔뜩 싸 안고 왔다가도 그 진한 향과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 어느덧 말끔하게 풀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설계를 하게 된다. 그 순간만은 자유를 느끼는 것이리라. 이제는 집에서도 만들어 즐기는 에스프레소. 이 한 잔은 우리 가족의 대화이자 추억이며 동시에 탈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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